제주도 비자림, 언제 가면 좋을까?

별 다른 계획 없이 제주도에 왔는데 어디에 가야 할지 모르겠다거나, 파란 하늘과 신비로운 바다 색을 보려고 했는데 엄청난 바람과 비까지 내려서 원래 계획이 소용 없어졌다면 당장 비자림으로 가라고 추천하고 싶다. 첫 번째 제주 여행부터 지금까지 나는 비자림을 들르지 않을 때가 없다. 부담 없이 찾을 수 있고(체력적, 시간적) 한 번도 실망스러운 적이 없다.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좋고 특히 비가 오면 더 좋다. 첫 제주 여행에서 비자림을 갔던 것도 제주 출신의 지인에게 비가 오는데 어딜 가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비 오는 날은 비자림이죠"라는 대답을 들어 찾게 되었다.

 

이용시간 : 09:00~18:00(입장은 1시간 전까지 가능)

주차시설 : 110대

입장료 : 개인 일반 3,000원 / 청소년,어린이 1,500원 (단체 일반 1,500원 / 단체 청소년, 어린이 1,000원)

 

 

 

제주도 비자림_'천년의 숲'에 걸맞게 원시림의 느낌이 가득하다.
제주도 비자림_산책로에 깔린 '화산송이'

비자림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비자나무 숲이다. 제주도 동쪽 중산간 지역에 위치했다. 500~800년생 비자나무들이 자생하는 숲으로 '천년의 숲'이라고 불린다. 자세한 숲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미리 탐방 해설사 프로그램을 찾아보자. 매 시간마다 운영한다고 하는데 나는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다. 대부분 화산송이가 깔린 평지로 이루어져 있다. 화산송이는 제주도에서 화산이 폭발할 때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성분이다. 송이는 제주도 방언으로 가벼운 돌이라는 뜻이다.

 

 

 

제주도 비자림_초록 숲
제주도 비자림_초록 단풍

비자림의 색은 초록이다. 근데 매번 찾을 때마다 같은 초록은 아니다. 회색에 가까운 어둡고 짙은 초록부터 청록, 연두, 갈색이 섞인 초록, 노랑에 가까운 초록..방문할 때마다 다양한 초록색을 볼 수 있고 곳곳에 회색 현무암과 아주 잘 어울린다.

 

 

 

제주도 비자림_관리번호 1번 비자나무 (숲에서 가장 크다)
제주도 비자림_기괴하게 뻗은 가지들
제주도 비자림_비자 나무에 낀 이끼를 타고 흐르는 빗물

비자림의 산책로는 대략 한시간 정도 코스다.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자라고 있고, 비자나무 외에도 단풍나무, 후박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있다. 때문에 숲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큰 숨을 들이켜게 된다. 피톤치드를 잔뜩 마시며 산책로를 걸으면 두통도 잡념도 사라진다. 자꾸 숲을 걷고 싶어 진다.

 

 

 

제주도 비자림_숲 속에서 만난 노루

이번에 비자림에 들렀을 땐 처음으로 노루를 봤다. 멀리 있어서 있는 줄도 몰랐는데 일행 중 한 명이 순록이라고 말해서 쳐다보니 정말 순록 비슷한 게 있었다. 바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순록은 아니고 노루인 듯했다. 순록이던 노루던 정말 숨 막히게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숲 속에서 풀을 뜯는 노루들을 보다니. 마치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았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강렬했던 기억이다.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311831

 

비자림로에서 지속 가능성을 생각한다 - 제주의소리

한 장 사진이 주는 충격은 컸다. 비자림로 일부 구간(대천동 교차로∼금백조로 입구 2.94㎞) 삼나무 숲이 훼손된 현장 사진은 전국에 있는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2018년 8월 비자림로 공사는 중단됐지만 이미 수...

www.jejusori.net

최근 안타까운 기사를 봤다. 비자림로 확장공사로 삼나무 숲을 잔뜩 훼손한 사진은 한마디로 끔찍했다. 아름다운 숲이 없다면 적어도 나는 제주를 찾을 이유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제주의 자연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그리울 때마다 제주 숲길을 거닐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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