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해외 여행 오길백 2020. 4. 5. 22:53
투어의 마지막 날이다. 나는 일정에 여유가 있어서 울란바토르로 돌아가서 3일간 더 요양머무르다 가지만, 자전거 여행 중인 일행을 제외하면 오늘 모두 한국으로 돌아간다. 다 함께 하는 몽골 여행의 마지막. 마지막 일정은 오랑터거 근처의 숙소에서 울란바토르로 이동하는 게 전부다. 하긴 돌이켜보면 몽골 여행의 6할쯤은 이동이었다. 나머지 3할은 게르에서의 시간이고. 1할이 어떤 목적을 가진 행동들.(뭘 정해놓고 보러 간다거나.. 미리 정해진 일정들) 몽골 시내는 교통 체증이 엄청나다. 마지막 날이지만 서둘러 숙소를 떠나 길 위에 올랐다. 볼강 근처만 해도 산이 많이 보인다. 볼강을 따로 들르진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 사진 속에 강이 꽤나 크다. 볼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여러 차례 이야기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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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해외 여행 오길백 2020. 4. 3. 23:45
전 날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어 역시나 아침이 또 정신없이 시작됐다. 급하게 게르를 정리하고 다시 푸르공 위에 올랐다. 어제 하루 종일 이동을 하지 않아 푸르공을 타지 않았다고 그새 또 약간 긴장이 된다. 오늘의 여정은 홉스골에서부터 울란바토르로 돌아가는 중간 지점의 '오랑터거'라는 화산을 보러 간다.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바삐 움직여도 하루 종일 푸르공에 앉아서 보내게 될 일정이다. 푸르공에 올라 한 시간쯤을 달리니 다시 그 질리지도 않는 풍경들이 창 밖으로 지나간다. 투어의 마지막 일정을 향해 가기도 했고, 체력적으로도 지치기 시작해 일행들이 다소 조용한 분위기였다. 말이 없는 공백은 음악이 채워준다. 몽골 여행에서 중요한 준비물들이 몇 가지 있겠지만 블루투스 스피커는 그중 다섯 손가락 ..
여행/해외 여행 오길백 2020. 4. 2. 23:58
몽골 여행의 넷째 날. 이 날은 투어 일정에서 유일하게 이동이 없고 홉스골에서 온전히 하루를 보내는 날이다. 홉스골은 제주도 면적의 약 두배 규모의 호수다. 주변은 거대한 소나무 숲이 자리하고 있다. '천혜의 자연'이란 말이 잘 어울린다. 그렇기 때문에 몽골 다른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휴식이 필요할 때 이 곳을 찾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 같은 느낌이다. 인공 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홉스골을 방문한 관광객들은 주로 말을 타거나 소원의 섬을 방문한다. 우리도 이 날 말을 타고 소원의 섬을 방문하고 남는 시간들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여유롭게 보냈다. 전 날 늦게까지 동행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도 새벽 5시가 되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너무 추워서. 다시 잠에 들려고 노력했지만 머릿속은 이미 '..
여행/해외 여행 오길백 2020. 3. 24. 23:08
벌써 여행 셋째 날이다. 전날 밤에도 술을 꽤 마셨다. 맥주 반 캔만 먹어도 비틀거리는데 이상하게 몽골에서 용감하게 술을 마신다. 덕분에 아침마다 정신없이 짐을 챙기고 푸르공에 오르기 바쁘다. 셋째 날은 라샨트 마을에서 무릉 시내를 지나 홉스골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홉스골은 몽골 북부에 있는 제주도 2배 면적의 호수다. 호수가 너무 커서 몽골 사람들은 홉스골을 '어머니의 바다'라고 부른다. 깊이는 가장 깊은 곳이 무려 262m라고 한다.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서해바다 최고 수심이 103m라고 한다. 심지어 서해바다의 평균 수심은 40m쯤 되는데 이 호수 면적의 70%가 수심이 100m를 넘는다고 하니 바다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호수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상상으로 몽골 여행을 왔기 때문에 가장 기..
여행/해외 여행 오길백 2020. 3. 23. 23:13
몽골 여행 둘째 날 아침이 밝았다. 사실 전 날 주량보다 술을 많이 마셔서 아침에 늦잠을 잤다. 출발 시간에 맞추느라 아침이 밝았는지 어쨌는지 정신이 없었다. 아침 식사도 못하고 황급히 게르 내부를 정리하고 짐을 챙겼다. 푸르공에 올라타니 여전히 내가 있는 이 곳이 어디인지 실감이 안 났다. 오늘은 미니 사막에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하루 안에 홉스골로 가기 어려워 중간에 작은 마을에서 하루 쉬어 간다고 했다. 무려 차를 8시간 가까이 타야 한다. 그래서 아침 출발 시간이 촉박하기도 했다. 몽골 여행의 절반 이상은 차 안에서 보는 풍경들과 함께한다. 험한 오프로드를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밤에는 이동할 수 없고 낮 시간 대부분을 이동하는데 쓴다. 푸르공 밖으로 초원이며 산이며 언덕이며 강이며 구름이며 하늘이..
여행/해외 여행 오길백 2020. 3. 17. 08:46
비가 억수 같이 내렸지만 비행기는 제 때 출발해 제 때 도착했다. 직항 편을 이용하면 몽골 징기스칸 공항까지는 4시간 정도 걸린다. 징기스칸 공항은 국제공항 치고는 작은 규모의 공항이었는데 현재 신공항을 만들고 있다고 투어사 사장님께서 말씀해주셨다. 몽골의 새벽 공기는 쌀쌀함과 추움 그 사이 어디쯤이었고 일행들은 서둘러 투어사 사장님 차에 올라 시내로 향했다. 몽골 시내의 투어사 사무실에서 잠시 대기하고 남은 일행들과 합류해 장을 보는 것으로 투어가 시작된다. 투어사 사무실에 도착한 게 대략 7시~8시쯤이라 우리 일행은 사장님이 내어주는 차도 마시고,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잠시 부족한 잠도 보충했다. 그러는 사이 울란바토르에서 지내고 있던 4번째 일행이 사무실에 도착했고(이 친구는 무려 자전거로 유라시아 ..
여행/해외 여행 오길백 2020. 3. 12. 08:45
꿈에서 본 듯한 풍경, 세리목호와 몽골. 십여 년 전에 어떤 블로그에서 봤던 충격적인 사진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블로그 주인은 '세리목호'라고 불리는 그곳을 '천상의 호수'라고 표현했다. 사진을 보면 어떤 말인지 단번에 알 것 같다. 사진을 처음 취미로 시작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책상 위에 먼지만 쌓이는 캐논의 카메라 '5D'의 사진들을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던 때였다. 아직 비행기를 탄 적도 없고, 차는 커녕 버스와 기차를 이용한 여행도 몇 번 해보지 못한 20대 초반의 이야기. 여행은 가끔 어떤 기억의 편린에서 시작된다. 어느 날 후배와 비슷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후배가 어렸을 적 달력에 나온 풍경이 너무 멋져서 따로 스크랩을 해두고 '나중에 저기 꼭 가봐야지' 생각했다고 한다.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