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여행 DAY3 (라샨트마을-므릉-홉스골)

몽골 여행 셋째날
몽골 여행 셋째날 이동 경로

벌써 여행 셋째 날이다. 전날 밤에도 술을 꽤 마셨다. 맥주 반 캔만 먹어도 비틀거리는데 이상하게 몽골에서 용감하게 술을 마신다. 덕분에 아침마다 정신없이 짐을 챙기고 푸르공에 오르기 바쁘다. 셋째 날은 라샨트 마을에서 무릉 시내를 지나 홉스골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홉스골은 몽골 북부에 있는 제주도 2배 면적의 호수다. 호수가 너무 커서 몽골 사람들은 홉스골을 '어머니의 바다'라고 부른다. 깊이는 가장 깊은 곳이 무려 262m라고 한다.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서해바다 최고 수심이 103m라고 한다. 심지어 서해바다의 평균 수심은 40m쯤 되는데 이 호수 면적의 70%가 수심이 100m를 넘는다고 하니 바다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호수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상상으로 몽골 여행을 왔기 때문에 가장 기대가 되는 코스다.

 

 

 

홉스골 가는 길
홉스골 가는 길_몽골 씨름

어느 정도 북쪽으로 오자 산들이 높아지는 게 눈에 보인다. 멋진 산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몸도 풀 겸 쉬어가는데 촌트(운전기사)와 일행 중 한 명이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일행이 먼저 몽골 씨름 이야기를 꺼냈고 촌트가 바로 자세를 잡으며 난데없는 몽골씨름 한판이 벌어졌다. 제법 거친 숨이 오가고 격렬한 씨름이었다. 나중에 들었는데 촌트는 젊었을 때 시름 선수 비슷한 걸 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상대가 안 되는 경기였다. 그러고 보면 몽골 사람들은 골격이 굉장히 발달한 것 같다. '기골이 장대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므릉 시내에서 점심 식사

므릉 시내에 도착했다. 므릉은 몽골 북부에 위치한 도시다. 몽골어로 강을 뜻한다고 한다. 므릉은 울란바토르처럼 발달한 도시는 아니다. 조그마한 도시지만 큰 병원, 박물관, 극장, 그리고 공항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처럼 푸르공을 이용해서 홉스골을 가지 않는 사람들은 울란바토르에서 국내선을 타고 므릉 공항으로 넘어와 홉스골로 이동하면 편하다. 이렇게 하면 시간도 많이 절약돼 홉스골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므릉 시내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마침 정전이라서 실내가 굉장히 어두워 음식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맛있게 먹었다.

 

 

 

무릉 시내 마트에서 장보기

점심을 먹고는 마트에서 장을 봤다. 역시 정전 중이라 마트 내부 사진은 못 찍고 창가 쪽이 밝아서 술이 진열된 사진만 건졌다. 역시 몽골은 보드카지! 워낙 술이 저렴하기도 하고, 맑은 공기와 자연 속에서 술을 마셔서 그런지 덜 취하는 느낌이었다. (아마 기분 탓이겠지.)

 

 

 

몽골 북부 타이가 지대

고등학교 시절 나는 세계지리를 좋아했다. 아, 한국지리도 좋아했다. 지리 수업은 지루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시골에서 자라 그런 것 같다. 또래 친구들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나는 전혀 다른 유년시절을 보냈다. 봄에는 논에서 삐라(불온선전물)를 주워 경찰서에 갖다 주고 노트로 바꿨다. 여름이면 개구리를 잡았고, 가을이면 메뚜기를 잡았다.(심지어 먹어보기도 했다.) 겨울엔 논에 물이 얼면 운동화로 스케이트를 탔고, 할머니 댁에서 가져온 대나무로 연을 만들어 날렸다. 무려 초고속 인터넷이 전국적으로 보급이 되는 시절과 동시에 일어난 일들이다. 대학 혹은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한테 이런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면 허풍이나 거짓말로 여긴다. 어쨌든 나는 어릴 적 자연 속에서 자랐기 때문에 지리 수업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어릴 적 봤던 풍경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지리 수업이 지루하지도 않고 좋았다.

 

세계지리 시간에는 독특한 땅 이름들이 재밌었다. 툰드라, 사바나, 온대기후, 냉대 기후 하는 것들이 재밌었다. 몽골 북부는 타이가 지대로 이루어져 있다. 냉대 기후 지역 중에서 유라시아 대륙과 북아메리카를 동서방향 띠모양으로 둘러싼 침엽수림 지역의 총칭이다.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툰드라. 더 올라가면 빙설. 툰드라 지형은 땅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서 물컹물컹 흐른다고 했던가. 수천 년간 자라난 이끼가 가득하다고 했던가. 아무튼 타이가에는 높게 뻗은 침엽수림이 자라고 냉대 기후니까 당연히 춥다. 한 여름 평균기온도 17도라고 한다. 아침과 밤으로는 훨씬 춥다. 고등학교시절 수업시간에만 듣고 상상하던 땅을 직접 방문한다고 하니 기분이 묘하다.

 

 

 

멀리 보이는 홉스골

므릉 시내에서 2시간 정도를 더 달리니 멀리 홉스골이 보인다. 살짝 보이는 모습에도 정말 호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넓어 보인다. 사실 지금 보이는 지점에서도 한참을 더 가야 숙소가 나왔다. 그만큼 홉스골은 크다.

 

 

 

몽골 홉스골 숲길
홉스골 숙소 (KHUVSGUL SOR CAMP)

숲길을 얼마간 달리니 홉스골 숙소에 도착했다. 우리는 홉스골의 SOR CAMP에서 2박을 한다. 이 곳도 게르 캠프다. 서늘한 호수 근처의 숙소에서 나무를 때워 밤을 보낼 생각을 하니 벌써 기분이 좋다. 오른쪽 통나무 집이 공용 식당인데 시설도 깨끗하고 밥도 맛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날씨도 너무 좋고 숙소가 숲 속에 있는 게 너무 좋아 맥주를 한 캔 더 마셨다. 그리고는 정신을 잃었다.(혼자 게르에서 잠이 들었다. 첫날부터 계속 주량을 넘겨 술을 마시고 잠도 못 잤다.) 함께 한 일행들은 호수에 가서 돗자리 깔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숙소 사장님이 드론으로 영상 촬영을 해서 그 자리에서 편집까지 해서 줬다고 한다.

 

 

 

홉스골, 어머니의 바다

한숨 푹 자고 느지막이 호숫가에 나와봤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익숙한 서늘한 공기가 이마를 스친다. 이 곳에서 2박이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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