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여행 Day5 (홉스골 - 오랑터거) : 길 위의 여정
- 여행/해외 여행
- 2020. 4. 3. 23:45
전 날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어 역시나 아침이 또 정신없이 시작됐다. 급하게 게르를 정리하고 다시 푸르공 위에 올랐다. 어제 하루 종일 이동을 하지 않아 푸르공을 타지 않았다고 그새 또 약간 긴장이 된다. 오늘의 여정은 홉스골에서부터 울란바토르로 돌아가는 중간 지점의 '오랑터거'라는 화산을 보러 간다.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바삐 움직여도 하루 종일 푸르공에 앉아서 보내게 될 일정이다.
푸르공에 올라 한 시간쯤을 달리니 다시 그 질리지도 않는 풍경들이 창 밖으로 지나간다. 투어의 마지막 일정을 향해 가기도 했고, 체력적으로도 지치기 시작해 일행들이 다소 조용한 분위기였다. 말이 없는 공백은 음악이 채워준다. 몽골 여행에서 중요한 준비물들이 몇 가지 있겠지만 블루투스 스피커는 그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고 본다. 물론 일행들의 음악 취향이 어느 정도는 맞아야 좋다. 또 미리 MP3 음원을 준비해 가지 않는다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광활한 초원과 사막 한가운데에서는 통신도 뭐도 다 끊겨버리는 일이 많기에 음원 스트리밍은 의미가 없다.(물론 숙소들은 와이파이도 잘 되어있어 상관없고 이동 중의 이야기다.)
홉스골에서 무릉 시내로 나오는 길에는 제법 높은 산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산을 보고 있으면 그 앞으로 자동차도 지나가고 멀리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도 보인다. 몽골에서 이런 풍경들을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드는 생각이 인간이 참 작은 존재라는 것이다. 특별히 의미를 생각해보지 않아도 정말 그렇다. 눈으로 보면 정말 인간은 작다. 눈 앞의 풍경 안에서도 이렇게 작은 존재인데 몽골 전체에서 인간은, 지구에서 인간은, 우주에서 인간은 얼마나 먼지 같은 존재인가.
이동 시간이 길어 몽골에서는 중간중간 차를 세워 용변을 해결한다. 몽골에서는 화장실을 간다고 할 때 '말을 보러 간다'거나 '꽃을 따러 간다'라고 한다. 예전부터 말은 게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생긴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문화가 지금 현재 우리나라 말에도 영향을 끼쳤다. 몽골에서는 대, 소변을 '모리'라고 부르는데 '모리'는 곧 말이라는 뜻이다. <우리말의 뿌리를 찾아서 - 백문식 저>라는 논문을 보면 '마렵다'는 말의 어원이 몽골 말에서 왔다고 한다. ᄆᆞᆯ +엽다→마렵다 의 형태로 변형되었다고 한다. 원나라와 교류하던 고려, 조선 시대에는 직접적으로 '말보기'라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원나라 멸망 이후 사용이 현저하게 줄어들며 우리말로 대체되었다. 지금에 와서 한국인 여행자들이 몽골 초원에서 '말을 보고'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여러모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인 셈이다.
무릉 시내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장을 봤다. 오늘의 목적지인 오랑터거 화산 근처에는 마트가 없어 저녁 먹을 식재료를 사야 한다고 했다. 이제 이런 창고형 마트는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있는 모양이다. 냉동식품에 제육볶음이 있어서 요리하기도 간단할 것 같아 구매했다.
촌트(차량 기사)의 컨디션이 아침부터 좋아 보이지 않더니 급기야 무릉 시내에서 잠깐 입원을 했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고 가이드도 경황이 없어 푸르공 차량 문도 잠겨 있는 채로 길바닥에 앉아 기다렸다. 당시엔 다소 힘든 시간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저런 순간마저도 여행의 일부였고 소중했구나 싶다.
다행히도 촌트는 컨디션이 회복되었고 우리는 다시 목적지로 향했다. 투어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중간중간 차를 세워가며 사진도 찍었다. 몽골 여행 중 동물들을 보면 머리를 중심에 모으고 동그랗게 원모양으로 서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처음엔 왜 저럴까 싶었는데 가이드의 설명을 들어보니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서로 가까이 붙어서 그늘을 만들어주는 거라고. 자연의 이치에 다시 한번 겸손해지는 순간이다.
길도 헤매고 우여곡절 속에 목적지인 오랑터거 화산에 도착했다. 볼강 근처의 이 화산은 당연히 휴화산이다. 가수 이효리의 '서울'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제주도의 금악오름과 비슷하다. 규모가 몇 배 더 클 뿐. 일정이 많이 늦어 화산을 보고 내려왔을 때엔 이미 많이 어두웠다. 길이 어두워지니 베테랑 기사인 촌트도 길을 찾기 어려웠다. 겨우겨우 캠프에 도착해 급히 씻고 식당이 닫기 직전에 밥을 해 먹을 수 있었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일정도 많이 어긋난 하루였다. 힘들었지만 돌아보니 그것 마저도 소중한 여정의 한 페이지라는 생각과 함께 큰 산과 끝 도 없는 넓은 들판에 서 있던 한 없이 작은 사람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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