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자작나무숲 (겨울 강원도 여행 2편)

인제 자작나무숲

즉흥적으로 시작된 강원도 여행의 둘째 날.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인제 자작나무숲에 간다. 전 날 서울에서 대관령 양떼목장으로, 다시 강릉으로, 또다시 안반데기에 올랐다가 늦은 밤에서야 숙소에 도착해서 늦은 저녁을 먹고 더부룩한 속으로 아침을 맞았다. 맑은 공기와 적당한 운동으로 얼른 몸을 좀 가볍게 만들고 싶었다.

 

 

 

 

인제 시내
아침 식사는 토스트

인제 자작나무숲으로 가는 길에 시내에 들러 아침거리를 찾았다. 막상 일어나서 30분만 움직이면 배가 고픈 게 몸이란 참 간사하다. 휴일 이른 아침이라 문 연 곳이 별로 없는데 마침 토스트 가게가 열어 차에서 간단히 식사를 대신했다. 인제 자작나무숲은 주차장에서 숲까지 거리가 꽤 되고 가벼운 등산 정도는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빈 속에 간다면 거의 반나절을 둘러봐야 볼 수 있는 숲을 배가 고파서 제대로 즐기지 못할 수 있다. 

 

 

 

 

분명 자작나무숲을 네비게이션에서 찍고 갔는데 이상한 곳에 도착해버렸다.

인제 자작나무숲은 워낙 유명해서 내비게이션에서 검색을 하니 주소가 나왔다. 목적지로 설정하고 한참을 달려 도착했는데 느낌이 쎄하다. 차가 자꾸 산을 타고 오르고 블로그에서 봤던 큰 주차장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내비게이션이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알렸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아니었다.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 도착했지만 눈 내린 강원도 산속을 잠시 산책했다. 조용 한 시골길을 잠시 걸었더니 마음이 한결 여유롭다. 차에 돌아와서 제대로 주소를 찾아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니 다행히도 2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인제 자작나무숲 종합안내도
인제 자작나무숲으로 가는 길
숲 속에 드는 볕은 언제나 아름답다.

인제 자작나무숲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본격적으로 숲길로 향했다. 자작나무 숲까지는 대략 한 시간 정도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럽다면 시간은 더 걸린다. 가벼운 마음으로 동네 산책하듯 나가면 낭패를 볼 수 있다. 후기를 찾아보면 어떤 분들은 아이젠까지 따로 챙겨 온다.(주차장에 노점들이 있는데 아이젠을 빌려주기도 한다.)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길

제법 많이 걸어왔는데 아직 하얀 나무들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작나무 숲까지 가는 길도 곧게 뻗은 소나무들로 여느 숲 못지않은 풍경이라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오른다면 지루하거나 심심하지 않다. 다만 언덕이 계속돼서 확실히 힘들기는 하다. 꽤나 깊은 숲이기 때문에 산불기간을 따로 정해 입산을 통제한다. 산불 기간(2.1~5.15 / 11.1~12.15)이 정해져 있지만 유동적으로 운영할 때가 있으니 인제 자작나무숲에 가는 경우 꼭 미리 연락해보고 갈 것을 추천한다. (인제국유림관리소 : 033-461-9696)

 

 

 

 

 

인제 자작나무숲 초입

한 시간을 조금 넘게 산을 오르자 숨이 차고 땀이 송글송글해질때 즈음, 하얀 나무들이 하늘로 가지런히 뻗은 자작나무 숲을 마주하게 된다. 여태 하얀 나무숲은 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이국적인 풍경이라고 느꼈다. 영화 속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어느 달력 속에서 봤던 것도 같은 풍경이다. 왕좌의 게임을 한참 보던 시절이라 윈터펠이 생각나기도 했다. 온통 하얀 가운데 형형색색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가면 대비가 강렬해서 그것마저 또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것 같았다. 

 

 

 

 

 

인제 자작나무숲
하늘로 곧게 뻗은 자작나무

내가 인제 자작나무숲을 방문했을 때는 산불기간을 앞둔 바로 전날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아 온전히 숲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원래 성수기에는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 숲이 사람으로 가득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차장에 관광버스들로 차 댈 곳이 없을 지경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한적한 숲 속을 거닐고 싶은 분들은 숲을 막 개장했을 시기나 산불기간을 앞둔 기간에 찾아 성수기를 피하시는 것을 추천한다. (되도록 평일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인제 속삭이는 자작나무숲
하얀 자작나무가 만드는 이색적인 풍경.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숲은 1974년부터 1995년까지 138ha에 자작나무 약 70만 본을 조림하여 관리 중이라고 한다. 지난해(2019년) 43만 4천 명이 방문할 정도로 산림청의 대표 산림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방문객 급증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해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 당장 올해 산불기간이 끝나는 5월에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을 휴무일로 지정 운영한다고 한다.

 

 

 

 

 

매 해 겨울마다 찾고싶은 곳

인제 자작나무숲은 강렬한 인상으로 매 해 겨울마다 찾고 싶은 겨울 여행지로 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이번 겨울에도 눈이 내리는 날이면 자작나무 숲이 떠오르곤 했는데 기회가 되지 않아 찾지 못했다. 얼른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끝나, 마스크를 벗고 하얀 나무 숲길을 거닐 수 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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