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양떼목장, 안반데기 (겨울 강원도 여행 1편)

대관령 양떼목장, 안반데기 - 겨울 강원도 여행

코로나 사태로 2020년 초반은 밖엘 나가질 못하니 여행이 더욱 그립다. 집에 있으니 컴퓨터와 붙어있는 시간은 많고 여행은 가고 싶으니 자연스럽게 예전 여행 사진들을 찾아보게 된다. 오늘도 외장하드를 뒤적거리다가 우연찮게 2년 전 다녀왔던 강원도 여행 사진에 꽂혀 한참을 보며 대리만족을 했다. 집에 있던 집돌이 집순이 커플은 갑작스럽게 강원도 겨울여행이 하고 싶은 집돌이 때문에 차에 올랐다. 그 길로 대관령 양떼목장 - 강릉 - 안반데기 - 강원도 어딘가에서 숙박(숙박지가 잘 기억이 안 난다) - 인제 평대리 자작나무숲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강행군을 펼친다.

 

 

 

 

눈이 오면 역시 강원도 여행이지! (라고 집돌이가 말했다)
나는 듯 차를 몰아 대관령 양떼목장 도착.

대관령에는 두 개의 큰 목장이 있다. 흔히 사람들이 사진 찍으러 가고 양에 건초도 주는 체험도 하는 곳은 대관령 양 떼 목장이다. 다른 한 곳은 삼양식품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관령 삼양목장이다. (물론 대관령 삼양목장도 사진 찍고 양한테 건초 주는 체험도 있다.) 예전에는 보통 양 떼 목장을 간다고 하면 대관령 양 떼 목장을 얘기했는데 지금 찾아보니 요즘은 삼양목장도 많이 방문하는 것 같다. 삼양 목장이 훨씬 넓고(목장 안에서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자차가 없다면 셔틀버스를 이용해서 목장을 둘러볼 수 있다.) 풍경도 훨씬 시원하다. 대관령 양 떼 목장은 적당히(?) 넓고 곳곳에 사진 포인트들도 잘 정리되어 있다. 어쨌든 2년 전 나는 대관령 양 떼 목장에 갔다.

 

 

 

 

 

그림 같은 풍경의 대관령 양떼목장
대관령 양떼목장의 겨울 바람
난간을 잡고 걸어야 할 만큼 매서운 바람

이 전까지 대관령 양떼목장은 주로 여름에 방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양 떼 목장은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들고 난 차를 3년 전에 샀으니까 대관령 목장은 사진 동호회에서나 간다고 하면 따라가 본 정도였다. 눈이 이렇게 쌓인 양 떼 목장은 처음이었는데 바람이 정말 말도 안 되게 불어서 너무 놀랐다. 함께 간 집순이도 어이없어서 그저 웃음만 나오는 상황. 사진으론 바람이 잘 안 느껴질 수 있다. 2년 뒤에 포스팅을 쓰고 있을 나를 위해서 2년 전의 준비성 철저한 나는 동영상을 찍어뒀다.

 

겨울 대관령 양떼목장의 말도 안되는 바람.

다시 봐도 살벌하다. 정말 예상치 못한 바람이었다. 영상 촬영하고 나도 저 길을 지나가야 했는데 몇 번을 넘어질 뻔했다. 지나고 보니 잊지 못할 장면이고 추억인데 당시에는 난감했다. 집순일 데리고 이런델 오다니.

 

 

 

그래도 웃어주는 마음씨 착한 집순이. (응 넌 이따 내려가기만 해봐.(찡긋))
대관령 양떼목장 - 먹이주기 체험장

여름이면 양들을 밖에 풀어놓는데 눈이 잔뜩 내려 그런지 모두 집 안에 들여놨다. 그런데 양들이 너무 오래 씻질 못해서 인지 흑양이 될 것 같다. 새하얀 양을 생각하고 가면 조금 당황할 수도 있겠다. 건초에 적극적인 조금은 부담스러운 양들에게 건초주기 체험도 하고 대관령 양떼목장을 내려왔다.

 

 

 

 

 

강릉 경포대
강릉 경포대

겨울 강원도 여행에 겨울 바다가 빠질 수 없지. 대관령에서 계속 차를 몰아 강릉 경포대에 도착했다. 그러고 보니 겨울에 눈이 이만큼 내린 바다도 본 적이 없다. 백사장을 눈으로 가득 덮은 색다른 풍경이 어색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다. 잠시 겨울 바다를 보며 감상에 빠져있다가 뇌까지 얼어버릴 것 같아서 금방 차로 돌아왔다. 겨울바다는 춥다. 딱 10분이 적당하다.

 

 

 

 

강릉 어웨이크 크랙
강릉 어웨이크 크랙

강릉에 왔으니 커피도 빠지면 섭하다. 강릉을 가면 보통 테라로사에 가거나 안목해변의 커피 거리를 가겠지만, 교동 택지지구에 숨겨진 카페들이 많다고 해서 찾아본 곳이 '어웨이크 크랙'이라는 카페다. 입구 쪽은 꽃집을 하고 안 쪽은 카페를 했는데 지금이야 이런 가게가 흔하지만(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 1층에도 카페와 꽃집을 같이 한다.) 그때 당시에는 굉장히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또 이 카페는 특이하게 테이크아웃 커피를 캔에 담아 갈 수 있었다. 때문에 강릉에서도 꽤나 유명한 카페였는데 지금은 다시 찾아보니 문을 닫고 다른 카페가 되었다. 주인이 같은지는 모르겠다.

 

 

 

 

겨울 강원도 여행 - 안반데기
안반데기, 백팩커들의 핫플레이스 (물론 우리가 친 건 아니다.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텐트.)

강릉 카페에 앉아 주변 관광지를 검색하니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안반데기'는 강릉시 왕산면에 있는 고산지다. '안반'은 인절미 따위의 떡이나 기타 음식을 만들 때 받침대로 쓰는 넓은 나무판을 의미한다. '데기'는 '더기'를 의미하며 '더기(덕)'은 높은 곳의 평평한 땅을 말한다. 즉, 높고 평평한 땅을 의미하는 지명이다. 과거 KBS 예능 1박 2일에서 봤던 기억이 있다. 고랭지라 배추 농사를 한다는 마을. 언덕 위에 가득 들어선 배추밭이 떠올랐다. 마침 일출 명소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하여 일몰도 잘 보이겠다는 막연한 생각(지금 생각해봐도 왜 이렇게 생각했는지. 그냥 높은 곳은 하늘이 잘 보이니 일몰이건 일출이건 잘 보일 줄 알았던 것 같다.)으로 안반데기로 향했다. 안반데기로 오르는 입구까지 올라 도저히 차로 오를 수 없는 눈 쌓인 언덕을 마주해 주변에 차를 세우고 발을 눈밭에 푹푹 빠뜨리며 언덕 끝에 올랐다. 마침 해가 지는 시간이었다. 안반데기에서 아래로 시원하게 트인 풍경은 동쪽을 바라봐 낮에 날 좋을 때 오면 동해 시가지와 푸른 바다, 해안선이 환히 보인다고 한다. 서쪽으론 당연히 산이 겹겹이 보여 노을이 지는 풍경은 산 너머로 볼 수 있다.

 

 

 

 

서쪽 산 너머로 해가 지는 시간
동쪽 하늘에도 아름다운 파스텔 색깔이 물들었다.

이글이글 불타는 노을은 아니었지만 2016 팬톤 컬러를 닮은 하늘이 동쪽에도 물들었다. 즉흥적으로 떠난 겨울 강원도 여행의 첫날 여정은 안반데기에서 내려와 숙소로 향하며 마무리되었다. 다음날 인제 자작나무숲 방문 예정이라 인제 근처에 숙소를 잡았는데 밤의 강원도 산 길을 한참을 걸려 이동해서 겨우 도착을 했다. 자작나무 숲 이야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마저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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