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메주꽃, 즐거운 볼거리와 함께하는 파주 한정식집 추천
- 일상
- 2020. 3. 14. 20:57
지난주에 어머니 생신이 있어 오랜만에 파주에 갔다. 점심 식사 메뉴를 고민하다가 한정식 집을 찾았다. 파주에 위치한 메주꽃이라는 식당이다. 메주꽃이라는 꽃이 있나? 찾아보니 메주꽃은 간장과 된장이 분리되는 순간에 피어나는 하얀 곰팡이 털을 일컫는다. 식당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메주꽃 한정식집은 고향의 시골밥상을 맛보는 듯한 익숙한 메뉴와, 자극적이지 않고 정갈한 음식 맛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이었다.
파주 외곽에 위치한 메주꽃은 마치 거대한 테마파크 같다. 식당 본관의 크기만도 테이블이 상당히 많은데, 작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4개의 건물과 주차장이 반대편에 있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H.O.G.(Harley Owners Group-할리데이비슨 동호회)에서 단체로 찾기도 하고 차량 번호판을 보니 서울에서도 많이 방문했다. 주말에 프로방스나 영어마을, 헤이리, 임진각, 프리미엄 아울렛 등을 방문하고 이 곳 한정식집을 찾는 듯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할머니 댁이 생각 나는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어디서 이런 문짝들을 구해다 이렇게 멋지게 활용하신 걸까. 어렸을 적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나는 주로 문쪽에서 잠을 잤다. 손주들이 왔다고 방이 춥지 않게 불을 넉넉히 때 주신 탓에 잠이 들 때면 등이 너무 뜨거워 잠을 자기 어려웠다. 문 가에서 잠이 들기 전, 나무로 만들어진 문을 만지작 거리다 잠든 기억이 있다. 오랫동안 사용해서 묘하게 부드럽고 맨들맨들한 감촉이 좋았다.
첫 번째 상이 나왔다. 전식으로 구성된 듯하고 8개의 접시와 물김치, 숭늉이 함께 나왔다. 약밥, 고구마, 떡, 메밀전병 같은 것들이 나왔고 접시마다 생화로 멋을 내서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전식을 다 먹을 때쯤 두 번째 상이 들어왔다. 수육과 버섯 탕수, 불고기가 들어왔다. 메주꽃의 메뉴는 한정식으로 고정이다. 수육, 떡갈비 메뉴를 따로 추가할 수 있는 정도다. 메뉴에 수육이 포함되어있으니 메뉴를 추가하려면 떡갈비가 좋겠다. 음식 맛은 크게 대단할 것도 모자랄 것도 없는 기대하는 한정식의 맛이다. 내 입맛에는 물김치가 깔끔하니 맛있었고, 함께 한 어머니는 된장찌개가 맛있다고 하셨다.
사실 한정식 맛으로만 이 곳을 찾기에는 고민이 될 수도 있다. 가격도 적당하고 차림도 적당하지만 파주 시내에서도 30분은 차를 타고 나가야 하고, 멀리서 나들이를 나왔다면 정갈한 한정식보다는 자극적인 것들이 땡길 수 있으니까. 사람들이 이 곳을 많이 찾는 이유는 글의 서두에 말했던 거대한 테마파크 같은 구성 때문일 것이다. 부모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다양한 시설들이 있다.
메주꽃 국민학교 옆으로는 옛날 물건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이라고 부르기에는 방 한 칸의 작은 규모지만 그래도 잠시 서서 옛 물건들을 알차게 구경할 수 있는 장소였다. 건너편에는 불량 교실이라는 건물도 있는데 이 곳도 옛날 물건들이 있고 사진도 촬영할 수 있는 장소였다. 이쯤 되니 슬슬 옛 것에 대한 향수도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 공방이나 카페에 들를 수 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카페에서 커피가 무료다. 커피는 모두 헤이즐넛으로 통일되어 있고 포트에 담겨있는 걸 자유롭게 컵에 따라 가면 된다. 카페 내부에는 건강식품이니 농수산물이니 하는 것들을 한쪽에서 팔고 있고, 안 쪽으로는 테이블이 많이 있다. 사람이 많아 촬영은 못했는데 식사를 하고 옛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히 안락한 공간이다. 불량학교 옆에는 메주꽃 공방이 있는데 미리 신청을 하면 도자기를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공방 안쪽에는 다양한 공예품을 팔고 있었는데 사진 촬영이 금지다. 나오면서 입구 옆에 걸려 있는 계란 짚 꾸러미가 귀여워서 허락을 받고 촬영했다. 어머니 어렸을 적엔 정말 저 짚 꾸러미에 담긴 계란을 샀었다고 한다.
파주에 들러 미리 생각해 둔 식당이 없다면 메주꽃은 한 번쯤 들러볼 만한 식당이다. 음식 맛도 괜찮은 편이고 볼거리가 많아 나들이 나온 기분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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